왜 종이신문인가

왜 종이신문인가

안녕하십니까. 토끼풀의 편집장 문성호입니다.

‘왜 종이신문을 만드는가’ 저희가 꽤나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왜 종이신문을 만들까요? 종이신문은 소위 ‘한물 간’ 매체인데 말입니다. 실제로도 종이 신문은 사양 산업이고,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으로 대표되는 주류 신문사들의 발행 부수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매달 종이 신문을 만듭니다. 적자까지 보면서요.

 종이신문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합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종이신문이라는 전통적 매체가 귀해지고 있습니다. 각종 인터넷 매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이 시대에 종이신문은 신뢰를 줍니다. 작년에 경향신문·EBS 등 매체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많은 분들이 저희의 종이 신문을 좋게 봐 주셨기 때문입니다.

아무데나 들고 다니며 읽기 편하고, 스마트폰이 없는 학교 일과 중에도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종이신문만의 장점입니다. 실제로 저희 신문의 웹사이트 방문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거의 모두가 종이 신문으로 기사를 봅니다. 종이 신문은 오래 남습니다. 인터넷 뉴스는 5초 안에 소비되고 잊히지만, 종이신문은 천천히 읽히고, 종이만 보존된다면 영구히 남습니다. 역사에 남을 수 있다는 것도 종이신문의 좋은 점이라면 좋은 점입니다.

종이신문의 또 다른 장점은 기사 편집입니다. 각각 언론사마다 이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1면에서 32면까지 쭉 배열되는 기사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종이신문을 읽을 때 기사 배치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종이신문은 물론 단점도 많습니다. 우선 만들기 어렵습니다. 인터넷 신문이라면 분량이나 형식 걱정 없이 그냥 올리면 되는데, 종이신문은 분량과 글의 짜임을 전부 고려해서 지면에 올려야 합니다. 지면에 올리는 것도 어도비 인디자인(InDesign)이라는 조판 소프트웨어를 이용합니다. 한 부의 신문에 노력이 두 배 이상 들어가는 셈입니다.

종이신문은 비쌉니다. 이번 호(5월호) 발행에만 약 40만 원이 들었습니다. 한 부에 400원이 넘는 꼴입니다. 인터넷으로만 기사를 내는 것보다 훨씬 비쌉니다. 실제로 저희는 인쇄비 때문에 매달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적자라고 해 봐야 몇만 원 수준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적자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후원을 늘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광고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상업적이게 보이고, 미관상 좋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바람과는 다르게 후원이 쉽게 늘고 있지는 않습니다. 여러 분께서 후원을 해 주시고 계시긴 하지만, 많이 부족합니다. 당장 이번 달도 후원금은 전체 발행 비용의 50%에 못 미칩니다.

토끼풀은 전국에서 거의 유일한 청소년 주도 언론입니다. 청소년을 위해 활동하는 몇 안 되는 단체입니다. 저희는 실제로 사회와 학교에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고, 앞으로 만들 겁니다. 직접 후원하시거나, 주변에 후원을 독려해 주시면 많은 힘이 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전통적 종이신문이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날이 언제 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 신문을 펼치는 독자님 덕분에 토끼풀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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