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세월호 참사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토끼풀의 편집장 문성호입니다.

지난 4월 10일, 안산에 다녀왔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던 단원고등학교가 안산에 있기 때문입니다. 안산은 은평구에서 지하철로 대략 한 시간 반이 조금 넘게 걸립니다. 경로에 GTX가 포함돼 있어 비용도 꽤나 많이 듭니다.

그럼에도 제가 시험 기간에 안산에 다녀온 이유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세월호 희생자들이 생활하던 곳에서 참사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 데 있습니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둘러봤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분들 개개인의 책상과 물품이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가수를 꿈꾸던 분부터 역사학자를 꿈꾸던 분까지. 각자의 미래도 달랐습니다. 각각의 세계를 품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 주변의 고등학생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먼 과거의 일도 아니고,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도 아닙니다. 언제라도 나에게, 내 주변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더욱 기억돼야 합니다.

단원고등학교 주위를 서성였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는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 3박 4일 동안 여행하는 코스였습니다. 가는 길에 세월호를 탔습니다. 2014년 4월 16일, 단원고 학생들은 제주도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안산에 직접 가 보니 세월호 참사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세월호는 우리 사회에 크나큰 영향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가라앉는 배 속에서 희생자들이 목숨을 잃는 걸 지켜봤고, 해경의 구조 실패도 실시간으로 방송됐습니다. 세월호 사고 직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고,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유 중 하나로 ‘세월호 당시 직무 불성실’이 자리잡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단지 한 번의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된 비리와 잘못된 관행이 한 번에 터진 사고였고, 세월호가 침몰한 뒤에도 오랜 기간 동안 유가족들은 고통받았습니다. 왜 침몰했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 결성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박근혜 정부의 방해로 진상을 규명하지 못한 채 끝났고, 2017년 세월호를 바닷속에서 꺼낸 후 출범한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또한 침몰 원인에 대해 모호한 결론만 냈습니다. 2018년 출범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법과 제도 등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았지만, 마찬가지로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수학여행에 대한 인식도 바꿨습니다. 참사 이후 몇 년간은 전국에서 수학여행이 축소됐고, 현재까지도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4월 말에서 5월 초는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서 수련회나 수학여행을 떠나는 철입니다. 수련회나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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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종이신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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