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제빵공장서 노동자 기계에 끼여 사망
'크보빵' 불매운동 확산도

국내 최대 제빵 기업인 SPC그룹의 계열사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SPC그룹에서의 노동자 사망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3번째다. 잇따른 사망·부상 사고로 SPC그룹은 사회적 질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각종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작업 중 사망한 노동자 A씨는 56세 여성이고, 지난 19일 새벽 3시경 숨졌다. A씨는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다 벨트에 끼여 사망했다고 한다. SPC삼립의 김범수 대표이사는 이날 사과문을 내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도 사망 사고를 냈다. 2022년에는 20대 노동자가 소스 혼합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사망했고, 2023년에는 50대 노동자가 빵 반죽 운반 중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022년 사고 당시에는 고인의 장례식장에 빵을 보내는 등 SPC그룹의 대처가 비인륜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 사고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의 적용 대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등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 사망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과 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다. 지난 2022년 SPC그룹 사망 사고로 대표이사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2023년 사망 사고는 아직 수사 중이다. 노동자 3명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SPC삼립의 대표이사는 집행유예의 형을 선고받은 모순적인 상황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15건의 재판이 있었는데, 실형(징역)을 받은 건 1명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예나 벌금을 선고받았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대재해법으로 책임자를 제대로 벌하지 못했다면 법을 강화해야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되려 중대재해법을 ‘악법’이라 칭하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5일 한 강연에서 중대재해법이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며 ‘고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SPC 불매운동’이 확산한다. SNS에서는 SPC가 생산하는 ‘크보빵’ 등을 불매하자는 캠페인이 퍼지고 있다. ‘크보빵’ 불매 서명운동에는 22일 기준 2천 명이 참여했고, “또 SPC입니다. 또 사람이 죽었습니다. 노동자의 피 묻은 빵 절대 먹지 않겠습니다. 생명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없습니다”라는 등 글을 남기는 소비자들도 많다.
2023년까지 2명이 숨졌고 지난 19일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SPC의 노동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돈보다 생명이 중요하다’는 근본적 가치를 외면한 기업은 처벌받고 사라져야 마땅하지만, SPC는 건재하고,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다. 노동자 인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때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