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영향은?

지난 2012년 서울특별시는 당시 곽노현 교육감의 주도로 학생의 존엄성,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조례가 학생 인권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교권이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7월 일명 ‘서이초 사건’ 이후 여러 교사들의 교권 침해 피해가 이어지면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정치권 인사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재정비를 주장하고 나섰다. 또한 한국교총이 전국 3만여명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사 중 84.1%가 이 조례가 교권 침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사실을 토대로 학생인권조례가 유명무실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논란이 일자 지난 26일 서울시의회에서 인권·권익향상특별위원회가 열렸고,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후 국민의힘 의원 60명 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36명 전원 불참한 상태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되었다. 한편 조희연 교육감은 본회의장 첫 줄에 앉아 발언을 두 차례 신청했지만 김현기 의장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러 청소년 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이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앞서 청소년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은 폐지할 수 없다', '학생인권 짓밟는 국민의힘 아웃'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학생인권조례 폐지하는 서울시의회 규탄한다" 등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찬성하는 일부 학부모들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학생들에게 동성애와 성전환을 조장한다', '정상적인 학생을 혐오차별자로 만든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맞불 시위를 진행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이소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인권·권익향상특별위원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친위대로 전락했고, 어떠한 민주적 절차도 무용지물이었다며 ‘묻지마 폐지’라는 폭력적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2년간 교육현장에 안착한 인권 친화적 문화와 민주주의의 퇴행이 불 보듯 뻔하고, 학생들을 다시 통제의 대상으로 여길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향후 영향은?

청소년녹색당은 지난해 8월, ‘학생인권조레, 한 번이라도 읽어봤는가’라는 논평을 내고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교육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학생인권조례의 바탕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정보에 관한 권리’ ‘자치 및 참여의 권리 복지에 관한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주장하는 바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학생의 임신·출산의 권리, 소지품 검사 및 반성문 거부의 권리는 마치 학생 인권이 아닌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대체 학생인권조례를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안전한 임신 출산은 당연한 인간의 권리이고, 인권을 침해하는 교사의 지도를 학생들이 신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러한 사항을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리고 있다. 올바른 교육 체계를 만들어 소외되는 학우가 없이 기본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교육부의 존재 이유이자 사명임에도, 현 정부의 교육부는 이러한 사명에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를 정독하고, 이해하였는지 물어보고 싶은 지경이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서로 대립하는 관념이 아닌 서로 상생하며 함께 발전해 나갈 중요한 가치이다. 일방적인 폐지보다는 교권을 보장하고 학생의 의무를 담은 내용으로 개정하거나 지자체에서 제정하고 폐지할 수 있는 조례와 달리 함부로 만들거나 없앨 수 없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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