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레오 14세’ 선출됐다

지난 8일, 가톨릭 역사상 최초로 미국 출신 교황이 탄생했다. 그가 택한 즉위명은 사자를 뜻하는 ‘레오 14세’로,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역사상 최초로 미국인 교황이 탄생하자 미국뿐만 아니라 그가 오랜 인연을 맺은 페루에서도 잇따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교황 레오 14세는 로버트 프랜시스 프리보스트라는 이름으로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서 수사가 된 후 1982년 사제 서품식을 받았다. 1985년부터 1998년까지 페루에서 선교 활동을 수행했다. 2001년 한 수도회의 총원장이 되어 2013년까지 활동했고, 2015년 치클라요 교구의 교구장이 되어 2023년까지 활동했다. 2023년 교황청 주교부 장관과 라틴아메리카 교황청 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되었다. 그는 2년 뒤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망 직후 치러진 콘클라베의 4번째 투표에서 추기경 133명 중 총 89표 이상을 받으며 진홍색 망토와 금색 실로 수놓은 영대(목에 걸치는 띠)를 두르고 금색 십자가를 착용한 모습으로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편 전 추기경단은 “교회 안에 갇히지 않고 밖으로 나가 절망으로 가득한 세상에 빛을 가져올 수 있는, 예언자적 정신을 지닌 교황이 필요하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선택한 즉위명, ‘레오 14세’는 산업혁명 시대 사회정의를 다루고 노동조합 결성권을 옹호했던 레오 13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교황의 즉위명은 새 교황이 교회와 사회에 처음 던지는 메시지이자, 재위 기간 이끌 가톨릭의 방향성을 모두 보여준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택한 ‘레오’라는 이름을 쓴 역대 교황은 사회참여적 개혁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발코니에서도 “다리를 놓는 교회”의 모습을 기원하며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길 원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인 교황이 탄생하자 미 전역이 들썩였다. 특히 레오 14세의 고향인 시카고는 잔칫집 분위기다. 이날 낮 미사를 진행 중이던 시카고 대교구 대성당에서는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새 교황에 선출됐다는 소식에 축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에 “교황으로 선출된 프레보스트 추기경께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라며 “이 나라에 얼마나 큰 영광인가”라고 쓰기도 했다. 페루 전역도 축제 분위기다. 레오 14세가 과거 교구장을 맡았던 페루의 치클라요 교구는 즉각 성명을 내고 “레오 14세 교황 선출을 환영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라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8일 즉위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벽이 아닌 다리를 세우자’라는 메시지를 인용하며 무기를 내려놓는 평화와 다리를 잇는 교회를 강조했다. 그가 가톨릭 전통을 따르면서 개혁적인 시각을 가진 온건한 개혁주의자로 평가받는 만큼, 가톨릭 정통파와 개혁파 사이를 이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