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영상 하나로 믿게 되는 세상, 괜찮을까?
변시은 기자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학생은 지난 24일, SNS에서 접한 짧은 30초짜리 영상을 친구들에게 공유했다. 그 영상은 유명 연예인의 범죄 의혹을 다루고 있었지만, 며칠 후 사실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누군가 금전적인 이익을 위해 만들어낸 허위 영상이었다. 이처럼 짧고 자극적인 영상과 게시물이 사실처럼 소개되며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자주 접하는 다양한 SNS 플랫폼이 소통과 주요정보 전달의 경로가 된 지금, 뉴스와 가짜뉴스, 사실과 개인적 견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짧은 영상, 긴 혼란
과거에는 신문이나 언론의 뉴스 방송이 주요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었다면, 현재는 SNS가 정보 전달과 의사소통의 주요한 방법으로 자리잡았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글보다 이미지와 영상을 중심으로 정보를 소비하며, 장문의 기사보다는 짧은 영상을 선호한다. 청소년들의 이러한 소비 방식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큰 단점을 가지고 있다. 정보의 맥락이 생략된 채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며 사실 여부를 따져볼 기회조차 사라지고 있다. 그리하여 그런 영상들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외부로 퍼뜨리기도 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SNS에서 본 영상을 진실이라고 믿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35명의 응답자 중 31명은 “해당 내용을 지인들에게 공유했으며, 이후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어 당황했다”고 전했다.
위협, 진실을 가장한 거짓
가짜뉴스는 단순히 장난, 오해를 넘어 사회적 분열과 타인의 신뢰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허위 정보를 믿은 청소년이 내용을 공유한 이후 진실 여부가 밝혀지면 신뢰를 잃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짜뉴스를 일상에서 자주 접하고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사실을 나타내는 ‘진짜뉴스’까지 믿지 않게 될 수 있다. 이에 모든 정보를 외면하게 되는 ‘정보 회피’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공동체 의식과 사회 구성원 간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정보를 올바르게 공유하고 소비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주요 요점은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들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키우고 이를 기반으로 정보를 사실에 기반하여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단순히 해당 콘텐츠의 출처를 확인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학교, 가정,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함께 정보 판단력,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환경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두가지의 실천을 권한다. 첫째, 출처 검토습관과 내용비교, 같은 사건을 여러 언론사가 어떻게 표현하고 보도했는지 출처와 내용을 확인하고 그 공통점을 중심으로 판단하자. 둘째, 감정을 자극하는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자. 동정을 유발하거나 분노, 눈물, 충격등을 유도하는 콘텐츠일수록 출처와 진위여부를 더 꼼꼼히 살피고 처음 접할 때 무조건 믿기보다는 비판적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와 정부 차원에서는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추진이 필요하다. 컴퓨터의 언어를 학습하고 코딩을 익히는 교육을 넘어서, 청소년들이 직접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실습을 통해 학습해야 한다.
진짜를 위해 나서는 첫걸음
가짜 뉴스와 정치적, 상업적 목적을 지닌 허위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청소년들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건지 고민한다. 직접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제제로 현 상황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가짜뉴스, 허위뉴스 유포 방지를 위한 적극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교육계는 청소년들이 허위 정보를 가릴 수 있는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