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갈등
박점곤 버스노조 위원장 인터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노조)과 버스 회사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하루가량 실제 파업이 이뤄졌지만, 올해는 다행히 노조 측에서 파업을 유보해 업무 중단까지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협상이 끝나지 않았고,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올해 가까스로 봉합한다고 해도 내년에 또 갈등이 생길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시민의 발인 버스 운행이 중단되면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게 되는 만큼 갈등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갈등이 왜 매년 발생하는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토끼풀에서 살펴봤다.
통상임금 갈등으로 시작돼
갈등의 화두는 ‘통상임금’이다. 통상임금이란 노동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기본급과 수당을 포함한 임금이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 등 근무했을 때 추가로 받는 ‘가산 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버스 기사는 노동 특성상 가산 수당이 많으므로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실제 받는 연봉도 늘어나는 효과가 나는 것이다.
지난해 말 대법원은 명절 등에 지급되는 ‘상여금(보너스)’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판결했지만, 서울시와 회사 측은 ‘상여금을 없애 통상임금 규모를 기존과 같이 유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상임금이 늘어나면 지출 부담이 커져 연간 약 2500억 원의 혈세가 추가로 들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달 부산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포함하도록 이뤄진 협상과 배치된다. 부산의 버스 기사들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포함돼 기존보다 10%가량 높은 임금을 받지만, 서울 버스 기사들은 상여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 버스노동조합 박점곤 위원장은 지난 13일 토끼풀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와 사측은 대법원 판결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무 환경 열악’
일각에서는 ‘버스 기사들의 연봉이 이미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임금을 더 인상하면 국민 혈세가 과하게 투입되고, 버스 요금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버스 기사들의 평균 연봉은 6,200만원이다. 연봉이 많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박점곤 위원장은 “배차간격 준수 요구가 과하고, 암행 감찰을 통한 징계도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열악한 노동 환경은 만성적인 구인난으로도 드러난다. 전국 버스 기사 수는 2019년 89,980명에서 2023년 85,417명으로 줄었다. 올해 서울에서는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을 마을버스 기사로 취업시키기도 했다.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조건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노동권 존중 공약 발표한 이재명 정부에 기대감 크다”
지난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노동 정책은 기존과 다를 것으로 보인다. 버스 파업에도 더욱 온화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버스노조 측의 기대도 크다.
박점곤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는 여러 면에서 노동권 존중 공약을 발표한 만큼,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태도는 보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이재명 정부에서는 과거처럼 강압적이고 비합리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러한 기대감으로 임금 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파업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버스는 시민의 발이다. 지하철이 가지 않는 곳도 구석구석 이어 주고, 서울의 경우 배차 간격도 짧아 자주 다니기 때문에 많은 시민이 버스를 이용한다. 실제로도 지난해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매일 457만명이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484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과 맞먹는 수치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 생활과 밀접한 버스를 둘러싼 노사 갈등에는 시민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파업이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유일한 수단’이 된 건 아닐까. 이제 시민의 관심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