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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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사회①은 ‘권력을 가진 소수가 아닌 다수의 시민에 의해 국가가 통치되는 정치 형태’를 민주주의라고 정의내린다. 또한 민주주의는 인간 존엄성 실현을 근본 이념으로 하고, 자유와 평등을 보장한다고 서술한다. 1987년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제1장 제1조 제1항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쓰여 있고, 제2항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다.

충암고등학교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법조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중학교 사회 교육과정에 나오는 민주주의를 모르고, 헌법 제1조에도 서술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기본 원리와 기틀을 망각했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다. 심지어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대통령이 되어 일본에 굽신대고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는 것도 모자라 전 국민의 기본권을 극도로 침해하는 비상계엄을 선포해 자신에 반대되는 세력을 ‘종북 반국가세력’이라 칭하고 국회를 봉쇄해 비상계엄의 해제를 막았다. 유력 정치인들을 납치하려 했고, 군대를 동원해 본인이 맹신하는 허무맹랑한 부정선거 논란을 파헤치려고 했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군사반란을 일으키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행위들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저질러졌다는 것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가져다줬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저지른 온갖 반민주적인 행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아직 죽지 않았다.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국회 앞에 모여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했고, 이러한 국민의 뜻을 받든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대통령의 망상과 내란 획책을 국민들이 촛불로 막아섰다. 청소년들도 역사의 흐름에 동참했다. 시험 기간인데도 촛불집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냈고, 여러 청소년 단체에서는 시국선언을 내 탄핵의 거대한 폭풍에 뛰어들었다.

대한민국은 아직 죽지 않았다.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5천만 국민이 다 함께 써내려가야 한다. 윤석열 정권 2년 7개월간 망가진 남북관계를 되살려 평화를 찾아야 하고, 대통령의 위법·위헌적인 계엄 선포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한미관계와 대통령의 무리한 굴종 외교로 인해 360도 바뀐 한일관계를 복구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두 차례나 시민의 힘으로 부정한 권력을 자리에서 끌어내린 경험이 있다. 이런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의 힘으로 국가를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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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종이신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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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토끼풀의 편집장 문성호입니다. ‘왜 종이신문을 만드는가’ 저희가 꽤나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왜 종이신문을 만들까요? 종이신문은 소위 ‘한물 간’ 매체인데 말입니다. 실제로도 종이 신문은 사양 산업이고,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으로 대표되는 주류 신문사들의 발행 부수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매달 종이 신문을 만듭니다. 적자까지 보면서요.  종이신문은 사라지고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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