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없는’ 대선, ‘미래도 없다’

‘청소년 없는’ 대선, ‘미래도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열리게 된 21대 대통령 선거, 총 6명의 후보가 출마해 경쟁 중이다. 워낙 긴박하게 돌아가는 조기 대선 정국이라 그런지,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빈약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특히 청소년 공약의 경우 투표권이 없는 만큼 공약의 우선 순위가 밀리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주요 후보들의 청소년 정책은 공백입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청소년 인권활동가인 수영 활동가의 말이다. 청소년에 대해 ‘시혜성 복지’ 위주로 정책 설계가 이뤄지고 있고, 실질적으로 청소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공약은 없다는 것이다.

‘백년지대계’ 교육 공약 실종

현재(26일) 2회의 대선후보 토론회가 열렸는데, 공약 경쟁에서 교육 공약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난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늘봄학교·저출산·AI 디지털교과서 등 이슈는 물론, 학생인권이나 학교폭력, 교권보호 등 전통적인 교육 의제조차 대선 국면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백년지대계’인 교육 정책을 졸속으로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는 배경이다.

청소년 없이 교육 정책 수립

그나마 부족한 교육 공약을 수립하는 과정에도 청소년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 시민전국행동(청시행)’은 청소년 526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공약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청소년이 뽑은 공약은 총 6개로, △학생휴가제 도입 △청소년 노동권 보장 등이 있었다.

청시행은 지난 22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으로 청소년의 의견을 수렴한 공약을 발표하고 대선후보들의 공약 반영을 촉구했는데, 공약을 읽고 답변을 준 후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뿐이었다. “청소년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교권보호 주장하다 학생인권은 오히려 퇴보? 

주요 후보들은 오히려 ‘교권 보호’만을 내세우며 교사들의 표를 얻으려고 하고 있다. 물론 교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교권 보호를 과하게 주장하다 되려 학생 인권이 퇴보하는 건 아닌지 청소년들의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서울시의회에서 ‘교권 보호’를 앞세우며 학생인권조례를 폐지시켰듯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학생인권법 의제는 사라지고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전국에서 계속되지는 않을까, 청소년들의 두려움은 상당하다. 수영 활동가는 “청소년들의 권리 보장을 중심으로 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학생 인권이 퇴보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위기… 학생인권법 제정 요원

2024년 4월,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 주도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2년 제정되어 학생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법적 근거로 작용해 왔지만, ‘교권 침해’ 논란과 일부 단체의 반발로 폐지됐다.

이에 따라 2024년 6월 20일,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등 10인은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안(학생인권법)’을 발의했다. 지자체 단위인 학생인권조례와는 달리 국가적으로 적용되는 법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학생인권법은 구속력이 더 강하다. 하지만 학생인권법은 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한창민 의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학생이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학생인권법을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미래를 만들어 갈 청소년

이처럼 미래를 만들어 갈 주체인 청소년을 외면한 공약 설계는 장기적으로 교육의 질과 민주 시민 양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이 청소년 정책을 단순 복지 수혜가 아닌 인권과 참여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실질적인 의견 수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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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종이신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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