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불평등, 이제는 퇴장할 때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에는 총 6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하지만 6명 중 청소년 공약을 낸 후보는 1명뿐이다. “청소년을 ‘보호하고 돌봐야 할 객체’가 아닌 ‘권리를 지닌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고 외치는 권영국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권영국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공약들이지만 핵심은 명확하다. TV 토론회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레드카드’를 내밀어 화제가 되기도 한 권영국 후보를 27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권 후보가 정치에 뛰어든 계기는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였다. 당시 980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었고, 77일간의 장기 파업이 이어졌다. 그는 노동자들의 변호인으로서 정리해고 무효 소송을 맡았다.
2심까지는 승소했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라고 권영국 후보는 말한다.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려면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된 배경이다. 2015년 정식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정치 입문도 어느덧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별명은 ‘거리의 변호사’다. 그만큼 권 후보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차별은 사회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권영국 후보는 ‘차별’과 ‘불평등’이라는 단어들을 강조했다. 청소년과 관련된 질문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현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단언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성소수자와 이성애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주민과 내국민, 부자와 빈자 사이에도 차별이 존재합니다. 청소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이러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단일한 법률로 모든 차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구제 수단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에게 레드카드를 꺼낸 이유
5월 18일 TV토론에서 권 후보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갑자기 ‘레드카드’를 꺼내 들어 화제가 됐다. 온라인에서도 ‘정치 레드카드’라는 밈으로 회자됐는데, 사실 이 레드카드에도 깊은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트럼프는 과거 피파(FIFA, 국제축구연맹) 회장으로부터 레드카드를 선물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트럼프는 레드카드를 언론을 향해 내밀어서 화제가 됐었죠. 저는 그 장면을 인용해서 그에게 ‘반칙’을 선언했습니다. 관세 전쟁으로 세계 노동자를 위협하는 트럼프에 대한 항의였죠.”
미국의 관세 전쟁과 경제 문제
권 후보는 지금 시대를 ‘저성장의 시대’라고 과감히 인정한다. ‘저성장의 시대’ 인정을 바탕으로 내수 시장을 균형 있게 확대해 나가고, 경제가 제대로 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 어느 쪽에도 비굴하지 않겠다”며 ‘다자외교’를 펼치겠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단순한 관세가 아닌 약탈입니다. 강대국의 횡포에 맞서는 국가들과 연대하는 다자외교를 펼치겠습니다. 강한 시민, 강한 노동, 강한 산업으로, 사람 중심의 국가경쟁력을 세우겠습니다.”
청소년도 “권리를 가진 시민”이다
권 후보는 청소년에 대해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전통적 관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는 청소년이 선거권이 없더라도 ‘권리를 가진 동등한 시민’ 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권이 없어도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청소년, 이주민, 아동이 그렇죠. 대통령은 이런 사람들의 삶도 모두 살필 의무가 있습니다. 다른 후보들도 청소년 공약을 꼭 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그는 유일하게 청소년 관련 공약을 대선 후보 중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무상교통’과 ‘이동권 보장’ 정책은 청소년과 장애인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이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대중교통의 공공성 확대가 필수입니다. 광주에서는 청소년 무상교통을 단계적으로 도입했고, 인천에선 주민발의로 조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전국적 무상교통도 저희의 공약입니다.”
교육 개혁과 유튜브 극우 문제
권 후보는 “서울대 학부 폐지”를 공약한 바 있지만, 교육 정책에 대해 아직 ‘최종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소년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정책을 충분한 검토 없이 공약했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히기도 한다.
청소년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유튜브 기반의 극단적 정치 성향 확산에 대해서 그는 명확히 말했다. “극우의 씨앗은 차별과 불평등입니다.” 학교 현장에서의 차별과 불안정이 정치적 분열로 이어지는 만큼, 이를 뿌리부터 해소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