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연예인 '공항 민폐' 논란... 해결책은 어디에

K팝을 비롯한 한류 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 국내 주요 공항은 연예인 출국 현장으로 연일 북적이고 있다. 스타의 출국 일정이 알려지면 팬과 취재진, '홈마(홈페이지 마스터)'까지 한꺼번에 몰려들고, 일반 승객과 뒤엉키며 출국장은 순식간에 혼란의 현장으로 변한다.
최근 신인 아이돌 '하츠투하츠'와 'NCT WISH' 멤버 시온의 출국 현장에서는 팬들과 취재진, 일반 승객이 한 데 뒤섞여 통행이 막히고, 고성과 욕설, 경호원의 과잉 통제 등으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일부 승객은 "우리도 출국해야 한다"며 불만을 쏟아냈고, 경호원과 팬, 홈마 사이의 충돌도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단순히 팬심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다. 연예인 출국길은 이미 패션 브랜드와 광고주, 소속사에게 중요한 마케팅 무대가 되었다. 스타가 공항에서 착용한 패션 아이템은 곧바로 SNS와 뉴스로 퍼지며 큰 홍보 효과를 낸다. 일부 홈마들은 고가 장비로 촬영한 사진을 굿즈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항공편 정보를 유료로 거래하는 등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기도 한다.
문제는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연예기획사는 팬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적극적인 대응을 꺼리고, 항공사 역시 일반 승객이나 팬을 직접 제지할 권한이 없다. 과잉 경호로 인한 사고, 홈마와 취재진의 충돌도 대부분 CCTV 확인 후 별다른 조치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가장 큰 피해는 일반 승객에게 돌아가고 있다. 통행이 막혀 수속이 지연되고,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반복된다.
공항 측은 '연예인 전용 출입구' 운영 등 대책을 검토했으나, '특혜' 논란에 부딪혀 시행하지 못했다. 현재는 인원 밀집 시 대응 강화, 사설 경호 통제, 연예기획사 협조 요청 등 임시방편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과 미국 등 일부 해외 공항은 연예인 항공편 비공개, 별도 출입구 운영 등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명확한 기준이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도 "연예인 출국 스케줄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 "일반 승객 피해가 너무 크다"는 비판과 "팬과 소속사가 더 문제다", "특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엇갈린다.
문화 산업이 성장한 만큼, 공공 질서와 안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연예인 출국길의 혼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빠르게 성장한 K팝 산업의 부작용들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