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교과서 정책 '좌초'
AI 디지털교과서(AIDT)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AI 디지털교과서란,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맞춤 학습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여 학습을 지원하는 기능을 탑재한 교과서이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AI 교과서의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의결됐지만,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AI 교과서는 교과서로 쓰일 수 있게 됐다. 올해는 원하는 학교만 우선 도입하고, 내년에는 모든 학교에 전면 도입된다. 여러 문제로 말이 많아 작년까지만 해도 도입은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 시범 도입한 AI 디지털교과서는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올해부터 시범 도입
2025년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영어·정보 과목에 AI 디지털 교과서가 시범 도입되었다. 학생들에게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고, 교사들에게는 수업 및 평가에 대한 효율성을 높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졸속 추진으로 인한 기술적 미완성이 덜미를 잡았다. 도입되기 전에도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다. 서강대학교 이덕환 교수는 “AI 디지털교과서가 ‘미완성된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며, “교육 현장에서의 실제 적용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류 잦아...로그인 불가도
기기 오류로 필기가 삭제되는 등 혼란이 생기는 경우도 잦았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지만 교사도 학생 개인의 비밀번호를 알 수 없어 기기가 있어도 로그인을 못해 AI 교과서를 쓸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추가로,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과제를 제출했을 때도 완성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먼저, 태블릿PC 기반의 AI 교과서를 가입하고 로그인하는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키보드 사용이 능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시프트’ 키를 눌러 특수문자를 입력하는 법도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다문화 가정 부모의 접근성을 높이는 안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고등 교사들은 “다국어 지원이 되지 않아 가입이 더욱 더디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어느 고등 수학교사는 “AI 교과서가 ‘유니버설 디자인’(모두를 위한 설계)을 표방했지만 안내 단계부터 문턱이 발생했다”며 “색약인 학생은 쓰기 어렵고 동영상은 번역이 안 되는 등 문제가 많다”고 했다.
수도권 교육감, AIDT 도입 반대
수도권 교육감들은 간담회를 열고 AI 디지털교과서 추가 개발에 반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울러 AI 디지털 교과서 사용료 납부에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또한, 수도권 교육감들은 이번에 논의된 사항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제안해 전국 단위 논의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번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은 교육 혁신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기술적 미완성과 디지털 기기의오류, 개개인의 치이에 따른 접근성 등 여러 문제점이 동반되고 있다. 교육감들의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2026년에 전면 도입을 시행하려면 앞서 말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힘이 필요할 것이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진정한 교육 혁신의 도구로 자리잡기는 아직 먼 길이다.